정은혜 작가

저는 에코오롯의 대표이자 생태예술가이자 미술치료사인 정은혜입니다.

Q. 평소 어떤 작업을 하시나요?

계절에 따라서 다른데요, 겨울에는 주로 글을 씁니다. 지난 겨울에는 미술치료와 생태예술을 연결하는 글을 썼고, 지금은 책 출판을 앞두고 열심히 마무리 작업 중입니다. 봄에는 주로 미술, 감정, 삶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고요, 여름과 가을에는 생태예술이나 생태예술 워크숍들을 주로 합니다. 

Q. < 버섯과 산호의 연결 > 은 어떤 의미인가요?

버섯은 우리가 보고 먹는 버섯이 뿐 아니라 버섯을 포함하는 땅속 균류의 연결망을 지칭합니다. 산호 또한 각각의 산호가 아니라, 부분이자 전체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산호 군락을 지칭합니다. 자연은 그 자체가 거대한 연결이라고 생각해요. 인간 역시 자연이고 버섯이나 산호처럼 연결되어 있는 존재이지요. 이 연결을 기억하고 그 연결망 안에 우리가 이미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고자 이렇게 이름을 지었습니다.

Q. 작가님이 진행하시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저는 몇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숲의 작은 존재들> 시리즈에서는 “숲의 소리 듣기”와 “벌레 인형 만들기”를 진행합니다. 
숲의 소리 듣기는 해 질 무렵에 생명들의 소리가 활발하게 들리는 숲속으로 들어가서 소리에 집중하는 시간입니다. 소리로 숲을 경험해 보면, 숲속의 생명들이 리듬을 맞추고 서로의 소리 주파수를 침범하지 않는 오케스트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어둑어둑 해진 숲속에서 더 이상 잘 보이지 않게 되면, 우리의 몸의 다른 감각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이게 참 짜릿한 경험입니다. 

벌레 인형 만들기는 사람들이 숲에 들어가서 땅에 앉거나 나무를 끌어안거나 하지 못하는 것이 벌레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어떻게 하면 벌레에 대한 혐오를 멈출까 하는 고민에서 고안한 프로그램이에요. 특히 코로나를 지나면서 더 심해진 것 같은데요, 혐오는 바라보지 못하고 알고자 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벌레를 만나게 하고 싶었어요. 직접적으로는 어려울 수 있지만, 예술은 우리의 공감력을 확장하고, 즐거움과 호기심을 통한 연결을 가능하게 하지요. 이런 연결을 통해 만나는 벌레는 분명 다를 거예요. 

또한 <산호의 춤> 시리즈에서 산호뜨개를 진행합니다. 산호뜨개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약 150회의 워크숍과 350명의 참여자와 6번의 전시를 했던 커뮤니티 뜨개 프로젝트입니다. 산호뜨개는 패턴이 없고 규칙이 없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코바늘 뜨기 방식으로, 바닷속의 꼬불꼬불한 산호를 뜨는 것인데, 산호가 부분이자 전체이듯, 한 사람이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조금씩 뜬 것을 모아 산호 군락을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산호와 바다 생태계에 대하여 배우고, 기후 위기로 멸종 위기인 산호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을 가지게 되지요.

Q.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참여자 분들이 어떤 경험을 하게될까요?

자연을 만나는 예술의 창의적인 방식을 경험하게 될 거예요. 또한 보통 잘 쓰지 않는 우리의 감각을 쓰기도 할 것이고요. 낯설고 어색할 수 있지만, 우리의 몸은 감각이 열릴 때, 연결이 될 때, 서로와 (또한 자연과) 조율이 될 때 가장 행복합니다. 생태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자연 감각을 키우는 것이 요즘 만연한 우울과 불안과 무기력에서 해방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참여자들은 아마 어색해서도 행복해서 많이 웃으실 거예요.

Q.작가님께 '숲'과 '바다'란 무엇인가요?

우리의 ‘숨’입니다. 숲의 나무들과, 바다의 산호와 해조류 들은 우리가 마시는 산호를 만들어 주지요. 우리는 숲과 바다의 호흡을 하면서 이 땅 위에서 살아가기에, 숲과 바다는 우리의 생명 그 자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이 그러하듯, 우리가 죽어서 돌아갈 근원적인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숨이, 생명이, 집이 생명력을 잃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랍니다.